배우는 나 · 언어 · 영어
문맥으로 추측하는 능력은 유용하지만 감으로 때우는 기술은 아니다. 숙련자는 추측하고, 확인하고, 필요할 때만 저장한다.
영어 글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타났다. 손은 거의 자동으로 휴대전화 쪽으로 간다. 검색창에 넣으면 몇 초면 끝난다. 그런데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매번 그렇게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숙련된 독자는 문맥으로 뜻을 추론할 수 있을 때는 먼저 가설을 세우고, 정확성이 중요하거나 추측이 불안할 때 확인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문맥 추론은 ‘대충 느낌으로 찍기’와 다르다.
01문맥으로 뜻을 알아내는 데도 단서가 필요하다
언어 연구에서는 모르는 단어의 뜻을 주변 언어 정보와 배경지식을 이용해 추론하는 과정을 lexical inferencing, 즉 어휘 추론이라고 부른다. Cambridge의 관련 연구 검토와 후속 연구들은 학습자가 문맥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추론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
예를 들어 “He reluctantly agreed to join us”에서 reluctantly를 모른다고 해보자. 문장 구조를 보면 행동을 설명하는 부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앞뒤 문장에서 그 사람이 계속 거절하다 결국 따라왔다면 ‘기꺼이’보다는 ‘마지못해’ 쪽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반면 주변 문장이 애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맥락이 빈약한데 감으로 만든 뜻은 그럴듯해서 더 위험하다. 잘못 이해하고도 스스로 맞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02숙련자는 한 단어만 쳐다보지 않는다
2014년 System에 실린 성공적인 어휘 추론자와 그렇지 않은 학습자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성공적인 학습자들이 텍스트 단서와 배경지식을 함께 쓰고, 자신이 내린 해석이 맞는지 점검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덜 성공적인 추론자는 단어 자체에 붙잡히거나 서로 충돌하는 단서를 충분히 조정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 차이는 꽤 현실적이다. 모르는 단어를 만났을 때 글자 모양만 바라보면 정보가 적다. 하지만 질문을 바꾸면 쓸 수 있는 단서가 늘어난다.
- 이 단어는 명사인가, 동사인가, 형용사인가?
- 앞 문장과 뒤 문장은 원인·반대·예시 중 어떤 관계인가?
- 이 단어를 빼도 문장의 대략적인 뜻은 이해되는가?
- 내가 추측한 뜻을 넣었을 때 전체 문맥이 자연스러운가?
이 정도만 해도 ‘찍기’가 아니라 작은 추론이 된다.
03잘하는 사람은 추측에서 끝내지 않는다
여기서 한쪽 극단으로 가면 또 문제가 생긴다. “사전 없이 문맥만으로 읽어야 진짜 실력이지.” 멋있게 들린다. 그러나 연구에서는 문맥만으로 정확한 뜻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해왔다.
다른 극단도 있다. “모르면 무조건 바로 찾는다.” 정확도는 높아 보이지만 글 하나를 읽으면서 계속 검색창으로 이동하면 흐름이 끊긴다. 중요하지 않은 단어까지 모두 조사하다 보면 한 페이지가 작은 고고학 발굴 현장이 된다.
숙련된 방식은 둘 사이에 가깝다. 먼저 추론한다. 글 이해에 별 영향이 없으면 지나갈 수도 있다. 핵심 개념이거나 추측이 불안하거나 앞으로 다시 쓸 가치가 있다면 확인한다. 사전을 덜 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쓰는 것이 목표다.
04모든 모르는 단어를 내 단어로 만들 필요는 없다
읽다가 만난 단어에는 서로 다른 운명이 있다. 지금 문장만 이해하면 끝나는 단어가 있고, 앞으로 자주 볼 가능성이 높은 단어가 있다. 내가 말하거나 쓸 가능성이 큰 표현도 있다.
그래서 단어를 만날 때 세 단계로 처리하면 시간을 아끼기 쉽다. 첫째, 문맥만으로 대략 이해하고 지나가도 되는가. 둘째, 정확한 의미를 확인해야 하는가. 셋째, 확인한 뒤 내 어휘로 남길 가치가 있는가.
예를 들어 전문 기사에서 한 번 등장한 희귀 용어와 일상 회화에서 계속 나오는 동사는 같은 노력을 받을 필요가 없다. 모든 단어를 공평하게 사랑하다 보면 단어장만 비대해진다.
05사전을 늦게 여는 30초가 영어 공부가 될 수 있다
다음에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무조건 검색을 참을 필요는 없다. 단 30초만 먼저 써보면 된다. 품사를 보고, 앞뒤 문장을 보고, 뜻을 하나 예상한다. 그다음 사전을 연다.
맞혔다면 어떤 단서가 도움이 됐는지 확인한다. 틀렸다면 더 좋을 수도 있다. 왜 틀렸는지 알면 다음 추론에서 쓸 기준이 하나 생기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의 비밀이 ‘사전을 안 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르는 것을 만났을 때 바로 답부터 받지 않고 잠깐 생각할 수 있는 여유에 가깝다. 그리고 필요하면 미련 없이 확인한다. 추측도 실력이고, 검증도 실력이다.
추측도 실력이고, 검증도 실력이다.
학습 퀴즈 2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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