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을 봤는데 종이에는 익숙한 컵 아이콘이 등장한다. 이럴 때는 손재주부터 의심하기보다 같은 자리에서 너비와 높이, 윗면, 손잡이 안의 빈 공간을 비교해 보자. 컵이라는 이름을 아는 일과 지금 보이는 형태를 살피는 일은 다르다.

(1)머릿속 컵은 편리하지만 모델과 다를 수 있다

두 입장을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은 “컵이면 이렇게 그리면 알아보잖아”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은 “눈에 보이는 대로 전부 똑같이 옮겨야 해”라고 말한다. 전달을 위한 기호와 관찰을 위한 그림은 목표가 다르다. 오늘은 닮음을 살피되 모든 세부를 복제할 필요는 없다.

초보자는 컵의 몸통을 네모 비슷하게 그리고 손잡이에 동그라미를 붙이기 쉽다. 관찰에 익숙한 사람은 몸통의 기울기와 손잡이가 붙는 높이를 먼저 비교한다. 어느 쪽이 더 도덕적으로 좋은 그림이라는 뜻은 아니다. 모델을 보고 연습한다면 비교할 대상을 바꾸자는 말이다.

회의적인 사람은 “원래 그림을 못 그리는데 본다고 달라질까?”라고 묻는다. 관찰 연습을 지지하는 사람은 맞히려 애쓰기보다 실제와 다른 한 부분을 찾아 보자고 답한다. 한 번에 실력이 바뀐다고 약속할 수는 없어도, 무엇을 고쳤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2)시점을 고정하고 큰 덩어리를 잡는다

빈 컵을 안정적인 곳에 두고 편한 자세를 잡는다.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가 뒤로 빼며 그리면 보이는 윗면과 옆면의 관계도 달라진다. 그림이 흔들리는 이유가 선 긋기보다 관찰 위치의 변화일 수 있다.

●높이와 너비는 서로의 크기로 비교한다

먼저 컵 전체가 들어갈 범위를 연하게 표시한다. 종이에서 어느 정도 크게 그릴지 정한 뒤 컵 몸통의 높이와 너비를 비교한다. 정확한 길이를 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너비보다 높이가 얼마나 길어 보이는가’를 살피는 일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손잡이를 그리기 전에 몸통부터 비교해 보세요”라고 안내한다. 배우는 사람은 위아래와 좌우 끝을 잡고 크게 둘러본다. 작은 무늬가 잘 그려져도 몸통의 비례가 의도와 다르면 닮음이 달라질 수 있다. 장식은 잠시 대기석으로 보낸다.

돈을 아끼는 사람은 뒷면이 빈 종이와 연필을 쓰고, 품질을 보는 사람은 선을 수정하기 쉬운지와 종이의 상태를 살핀다. 이번 목표는 고급 재료를 시험하는 것이 아니므로 평소 쓰는 도구로도 시작할 수 있다. 좋은 연필이 대신 컵을 관찰해 주지는 않는다.

(3)윗면은 동그라미가 아니라 지금 보이는 폭으로 본다

둥근 컵 입구도 비스듬히 보면 타원처럼 보인다. 다만 타원의 납작함은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컵 위에는 타원을 그린다’는 공식만 기억하면 실제보다 지나치게 넓거나 납작하게 그릴 수 있다.

●컵이라는 이름 대신 선의 방향을 묻는다

“윗선은 얼마만큼 휘어 보이나? 양옆 끝은 어디인가?” 같은 질문으로 관찰을 작게 나눈다. 테두리가 두껍다면 안쪽과 바깥쪽이 모두 보일 수 있지만, 처음부터 전부 진하게 그리지 않는다. 가장 큰 형태 관계가 맞는지 먼저 본다.

이론에서는 시점에 따른 원의 투영을 설명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눈앞 타원의 세로 폭과 가로 폭을 비교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원리를 배우는 것과 보이는 형태를 확인하는 일을 경쟁시킬 필요는 없다. 설명을 아는 만큼 지금의 컵에도 다시 질문한다.

(4)손잡이 자체보다 안쪽 빈 공간을 그려 본다

게티 미술관의 조형 분석 교육 자료는 사물이 차지한 공간과 그 주변의 빈 공간을 함께 살피도록 한다. 손잡이를 ‘작은 귀’라고 기억하는 대신 손잡이와 몸통 사이에 생긴 빈 모양을 보면 다른 비교 기준이 생긴다.

  1. 손잡이가 몸통 어디에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본다.
  2. 안쪽 빈 공간의 높이와 너비를 비교한다.
  3. 빈 공간의 가장 넓은 곳과 좁은 곳을 찾는다.
  4. 그 경계를 연하게 표시한 뒤 바깥 두께를 더한다.

서두르는 사람은 기억 속 동그라미를 바로 붙인다. 꼼꼼한 사람은 안쪽 모양을 먼저 확인한다. 그렇다고 모든 선을 오래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빨리 그리더라도 무엇을 비교할지 정하면 속도와 관찰을 함께 가져갈 수 있다.

(5)많이 지우기보다 달랐던 한 곳을 고친다

같은 컵과 같은 자리에서 잘된 연습은 처음 예상과 실제가 다른 지점을 찾은 경우다. 잘 안 된 연습은 닮지 않았다는 불만만 남기고 비교할 부분을 정하지 않은 경우다. 그림을 전후로 보며 몸통 비례나 손잡이 공간 중 하나를 골라 수정한다.

예전에 그리던 컵 아이콘도 안내 표지나 만화에서는 쓸모가 있다. 지금 관찰 그림을 그린다고 과거 방식을 버릴 필요는 없다. 다만 목적이 달라졌으니 보는 기준을 바꾼다. 이상적인 한 번의 선보다 현실의 연한 수정선이 오늘 연습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해도 되는 것은 시점을 유지하고 작은 차이를 확인하는 일이다. 피할 것은 ‘나는 못 그려’라는 평가로 관찰을 끝내거나 처음부터 모든 윤곽을 진하게 확정하는 일이다. 완성 기준은 사진처럼 닮은 컵이 아니다. 컵의 이름을 잠깐 잊고 눈앞에서 새로 발견한 모양 하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