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에세이는 소설도 일기도 아닌데, 대체 무엇을 읽는 글일까?

2026.9.16.

서점의 에세이 코너에 가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여행 이야기도 있고, 직장생활 이야기도 있고, 그림이 절반인 책도 있습니다. 어떤 책은 일기처럼 사적이고, 어떤 책은 사회문제를 꽤 진지하게 다룹니다.

여기서 두 사람이 서점 앞에 섰다고 해봅시다.

첫 번째 사람“그래서 이건 무슨 장르인데?”

두 번째 사람“재미있으면 됐지. 꼭 장르를 알아야 해?”

둘은 에세이 코너에서 이미 의견이 갈립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 사람 모두 에세이를 읽습니다.

왜일까요?

에세이를 가장 간단히 말하면,

실제 세계의 어떤 대상이나 경험을 한 사람의 관점으로 살펴보고 생각해보는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은 여기서 ‘실제 세계’라는 말에 주목합니다.

다른 사람은 ‘한 사람의 관점’이라는 말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아마 에세이는 그 두 가지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01. “무슨 일이 있었는데?” vs “그래서 넌 그걸 어떻게 봤는데?”

비 오는 날 한 사람이 버스를 놓쳤다고 해봅시다.

첫 번째 사람은 묻습니다.

“그래서 몇 시 버스를 놓쳤는데? 왜 놓쳤는데?”

두 번째 사람은 묻습니다.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데?”

같은 사건을 봐도 관심을 두는 곳이 다릅니다.

소설실제로 없었던 인물과 사건을 만들어내면 소설이 될 수 있습니다.
일기·칼럼·실용서날짜와 함께 적으면 일기, 정책 문제를 지적하면 칼럼, 습관을 단계별로 설명하면 실용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버스를 놓친 경험에서 ‘기다리는 시간’, ‘조급함’, ‘도시생활’, ‘왜 나는 늘 서두르는가’ 같은 생각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하면 에세이적인 글이 됩니다.

첫 번째 사람“그러니까 사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해석이 중요하다는 거네.”

두 번째 사람“난 해석이라기보다 느낌에 가까운 것 같은데.”

아마 둘 다 맞습니다.

에세이는 사건 자체보다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02. “소설이랑 뭐가 다른데?” vs “진짜 있었는지가 그렇게 중요해?”

첫 번째 사람은 여전히 구분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소설이랑 에세이는 다르잖아.”

맞습니다.

소설은 허구의 인물이나 사건을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반면 일반적인 에세이는 실제 세계와 자신의 경험을 기본 발판으로 삼습니다.

그러자 두 번째 사람이 말합니다.

“근데 기억이라는 것도 정확하지 않잖아.”

그 말도 맞습니다.

사람은 같은 일을 겪어도 다르게 기억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장면은 선명해지고 어떤 장면은 사라집니다.

글을 쓰면서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덜어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에세이라고 해서 모든 문장이 CCTV처럼 정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실제로 존재했던 삶과 경험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소설과 차이가 있습니다.

첫 번째 사람“그러니까 허구를 만들기 위한 글이 아니라, 실제를 해석하기 위한 글에 가깝다는 거군.”

두 번째 사람“응. 실제인데, 그냥 실제만 보여주는 건 아니고.”

03. “그거 그냥 일기 아니야?” vs “남에게 보여주는 순간 달라지지”

에세이에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냥 일기 아닌가?”

첫 번째 사람의 질문입니다.

일기와 에세이는 실제로 재료가 많이 겹칩니다.

오늘 누굴 만났고, 어디를 갔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기는 자기 자신만 알아볼 수 있어도 됩니다.

“오늘 그 일이 있었다. 역시 그 사람은 똑같다.”

이렇게 써도 본인은 압니다.

누가 ‘그 사람’인지, ‘그 일’이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사람이 말합니다.

“남에게 보여주려면 설명을 해야 하잖아.”

바로 그 지점에서 에세이가 달라집니다.

에세이는 개인적인 경험을 그대로 꺼내놓는 데서 끝나지 않고, 독자가 따라올 수 있도록 골라내고 배치하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내 이야기가 들어갔는가?”
보다
“내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무엇을 보게 되는가?”

04. “결국 주장하는 글 아니야?” vs “꼭 결론이 있어야 해?”

첫 번째 사람은 칼럼과 비교합니다.

“글쓴이 생각이 중요한 거면 칼럼이랑 비슷한 거 아닌가?”

분명 닮았습니다.

칼럼도 글쓴이의 관점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사회 문제나 시사적 사건을 다루는 글에서는 에세이와 칼럼의 경계가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칼럼은 대체로 비교적 분명한 주장이나 평가를 중심으로 갑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문제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이 판단이 더 타당하다.’

이런 식입니다.

두 번째 사람은 묻습니다.

“그럼 에세이는 결론이 없어도 돼?”

그렇습니다.

에세이는 반드시 독자를 설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생각을 따라가다가 질문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험을 이해하지 못한 채 끝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아직도 그때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이 문장도 충분히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

때로 에세이에서는 정답보다 생각이 움직이는 과정 자체가 읽을거리가 됩니다.

05. “그래서 나한테 뭘 해주는데?” vs “꼭 뭘 해줘야 해?”

첫 번째 사람은 실용성을 중요하게 봅니다.

“책을 읽었으면 뭔가 얻어야 하지 않아?”

시간 관리법을 배우거나, 인간관계를 개선하거나,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얻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기계발서나 실용서는 이런 목적이 비교적 뚜렷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사람은 반대로 묻습니다.

“책이 꼭 방법을 알려줘야 해?”

에세이도 때로는 조언을 줍니다.

그러나 조언이 중심일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의 경험과 생각을 읽다가,

“나는 저 사람과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는데.”

라고 느끼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또는

“나는 저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네.”

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에세이는 답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 안에 없던 질문을 하나 만들어주는 글이기도 합니다.

06. “왜 이렇게 제멋대로야?” vs “그래서 재미있는 거지”

첫 번째 사람은 점점 답답해집니다.

“그러니까 여행도 되고, 직장 이야기도 되고, 그림도 되고, 사회 이야기도 되고… 도대체 안 되는 게 뭐야?”

실제로 에세이라는 이름 아래에는 꽤 다양한 글이 들어옵니다.

개인 에세이도 있고, 여행 에세이도 있고, 자연 에세이도 있고, 직업 에세이도 있고, 비평적인 에세이도 있습니다.

사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포토 에세이도 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이래서 정의하기 어려운 거구나.”

두 번째 사람“난 그게 좋은데. 틀에 안 갇혀 있어서.”

에세이는 애초부터 한 가지 형태로 고정된 장르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다루는가보다 누가 어떻게 보고, 어떻게 글로 만들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07. 결국 두 사람은 이렇게 기억하기로 했다

서점에서 한참 이야기하던 두 사람은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에세이를 정리합니다.

첫 번째 사람이 적은 네 가지 질문

  • 실제 세계에서 출발하는가?
  • 글쓴이의 관점이나 생각이 중요한가?
  • 단순 기록이 아니라 독자가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가?
  • 행동법이나 정답만 전달하기보다 경험과 생각 자체를 읽게 하는가?

그리고 말합니다.

“여기에 많이 해당하면 에세이에 가깝겠네.”

두 번째 사람은 훨씬 짧게 말합니다.

“나는 그냥 다른 사람 눈으로 세상을 잠깐 보는 글이라고 생각할래.”

둘 중 어느 쪽이 더 맞을까요?

아마 둘 다 맞습니다.

에세이는 장르를 정확히 분류하려는 사람에게는 꽤 애매한 글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이 궁금한 사람에게는 아주 넓은 입구를 가진 글입니다.

같은 여행을 다녀온 두 사람이 글을 썼는데 한 사람의 글은 지루하고, 다른 사람의 글은 계속 읽히는 이유도 어쩌면 여행지가 달라서가 아닐 겁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다음 질문이 시작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의 시선을 좋아할까?

여행을 바라보는 사람일까요.

직장생활을 바라보는 사람일까요.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평범한 하루를 아주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일까요.

NACHIVE (나카이브) · 읽고, 생각하고, 나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오늘의 한 줄 기억

에세이는 반드시 독자를 설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학습 퀴즈 2문항

이 글에서 기억할 것을 두 문항으로 확인해 보세요.